다른 곳은 느리게 가면 뒤에서 빵빵거리거나 이상한 놈 취급 받을지 모르지만 청산도 만큼은 빠르게 움직이는 게 이상하다.
차들은 최고속도 50km를 넘지 않는 듯 하다.
그리고 1박 2일을 이 작은 섬에서 보낼려면 당연히 느리게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그동안 빨리빨리를 외쳐온 나에게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가르쳐 준다.
서편제 촬영지에서 불과 1km 떨어진 곳에 고인돌 유적지가 있고, 옆쪽에 원두막이 있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
우리는 슬로시티에 적응하자는 취지에 걸맞게 이곳에서 또 자리를 펴고, 30여분 쉬면서 고인돌에 대한 학습과 더불어
그 앞에 펼쳐진 '다랭이논'과 '구들장논'에 대하여도 얘기한다.
신흥리 방향으로 가는 도중 눈에 들어오는 곳이 있어 들렀는데, '느린섬 여행학교'라는 곳이다.
폐교를 리모델링하여 체험학습 및 숙박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은 느리게 하라고 가르치는 유일한 학교이다.
각종 조개공예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집사람이 똑같이 한번 만들어볼려고 사진으로 꼭 찍어 두란다.
여러장중 하나만 올려본다. 조개와 돌을 이용하여 만든 작품인 것 같다.
이 학교에 있는 종의 이름도 '느림의 종'이다. 타종도 느리게 해야하지 않을까...
KBS 1박2일 촬영지인 신흥리 풀등해수욕장에 도착하였다.
썰물이 밀려난 뒤의 모래사장이 족히 3~4km는 되어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장비를 챙기는 시간에 나는 먼저 내려가서 와이프에게 나름 로맨틱함을 연출해 보이려고 아래와 같이 모래사장에 "사랑해"라는 글을 새겼다. 얼마나 운치있고, 멋있는 생각인가...
그런데 와이프 왈, "어디서 본 것은 있어 가지고..." 하는 통에 분위기 다 깨졌다.
대신 막내 딸래미를 대타 기용하여 분위기를 쇄신했다.
KBS 1박 2일팀들이 물놀이한 바로 그 장소에서 게와 조개류를 잡았다.
많이 움직인 터라 다들 배가 출출하여 일찍 저녁을 먹고...
일찌감치 점지해 둔 도락리 해변에서 텐트를 쳤다.
참고로 캠핑테이블 및 의자는 내가 평소 숙소에서 책상과 의자로 사용하고 있는 소품들이다.
텐트를 치기에 계절적으로 다소 이른 시기이긴 하지만 자리를 기똥차게 잘 잡은 것 같다.
여지껏 텐트를 쳤지만 이렇게 조건 좋은 곳은 처음이다. 식수 가까이 있지, 화장실 가깝지, 텐트족은 우리 밖에 없지...
민박을 하며 저녁에 산책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우리 텐트 불빛에 끌리듯 들러 차 한잔 얻어 마시고 간다.
지나가는 길목에서 주막을 만난 듯...이런 것 또한 여행의 또다른 묘미가 아닐까...
청산도에서의 이틀 중 하루는 이렇게 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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