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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55

우리들의 이름, 김부장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이 제목에 왜 이리 가슴이 묵직해지는 걸까?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보며 자꾸만 마음 한구석이 아려온다. 그건 아마도 그 '김부장'이라는 이름이 단순히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또 다른 이름처럼 들리기 때문일 거다.​우리는 어쩌면 모두 '김부장'이 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는지 모른다. 젊음을 바쳐 맹렬히 공부했고, 치열하게 경쟁하며 조직에 들어갔다. 야근과 주말 출근을 밥 먹듯 하며 '내 집 마련'이라는 목표 하나에 청춘을 걸었다. 그렇게 얻어낸 '서울 자가'와 '대기업 부장'이라는 타이틀.​그것은 분명 성공의 상징이었고, 가족을 지킬 수 있는 든든한 성채라고 믿었다.​그런데 왜일까. 그 모든 걸 손에 쥔 김부장의 뒷모습은 위.. 2025. 11. 9.
우리가 잃어버린 감각 우리는 '특별함'이라는 병에 걸려 있는지도 모른다. 일상적인 것, 늘 곁에 있는 것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비가 그친 뒤 장엄하게 떠오른 무지개에는 감탄하지만, 사실 그 무지개가 '늘'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에는 무감각하다. 그저 빛과 물방울의 조건이 맞지 않아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 하늘은 단 한 순간도 그 찬란함을 품지 않은 적이 없었다. 우리가 '특별한 순간'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 '늘 존재했던 것'을 우리가 마침내 '발견한 순간'일 뿐이다.사랑도 그렇다. 우리는 사랑을 얻기 위해 애쓰고, 사랑이 식었다고 절망한다. 하지만 사랑이 어떻게 공기처럼 사라질 수 있을까. 사랑은 늘 우리 곁에, 가장 가까운 공기처럼 흐르고 있다. 다만 우리가 숨 쉬는 것을 잊듯, 그것을 표현하는 감각을 잃.. 2025. 10. 29.
세상 속 나의 존재 결실의 자리에 작은 열매가 맺히는 과수원 한가운데 앉아 커피를 마신다. 바람이 불고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차 소리, 내 커피 잔에 비친 하늘. 이 모든 풍경 속에서 나는 하나의 점처럼 존재한다. 내 머릿속에는 수만 가지 생각과 살아온 날들의 이야기가 파도처럼 넘실대지만, 밖에서 보는 나는 그저 과수원 카페에 앉아있는 수많은 사람 중 한 명일 뿐이다.​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우주를 가진 채 살아간다.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 사랑과 이별의 거대한 서사를 품고 있다. 하지만 서로를 스쳐 지나갈 때, 우리는 그저 ‘행인 1’, ‘손님 2’가 된다. 나의 복잡한 내면과 치열한 고민은 타인의 무심한 시선 속에서 간단하게 압축되고 평범이라는 이름표를 단다.​그런데도 우리는 이상하게 발버둥 친다.. 2025. 10. 20.
풍요의 역설 우리는 모든 것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손가락 하나로 세상을 주문하고, 하루면 문 앞에 도착하는 기적을 매일 경험한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의 삶은 더 공허하고 불안하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마주한 ‘풍요의 역설’이다.집집마다 먼지를 빨아들이는 괴물 같은 청소기가 있지만, 우리의 공간은 어쩐지 더 어수선하다. 물건을 채우는 데 급급해 정작 마음 둘 공간을 잃어버렸다. 냉장고는 양문형을 넘어 4도어까지 진화했지만, 그 안에서 신선함을 잃어가는 식재료처럼 우리의 삶도 생기를 잃어간다. 더 넓은 집으로 이사했지만, 가족이 함께할 여유 공간은 대출 이자와 불필요한 짐들로 채워졌다.PC의 처리 속도는 빛의 속도를 따라가는데, 우리의 조급함은 그보다 더 빠르게 자라난다. 1초의 로딩도 견디지 못하는 우리.. 2025. 10. 19.
같은 책, 다른 감동 오래된 책 한 권이 책장 깊은 곳에서 다시 나를 불렀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중학교 2학년 때의 내가, 고등학생과 대학생 시절의 내가, 군복 입은 청년시절의 내가, 그리고 40대의 내가 차례로 그 위를 스쳐 지나갔다. 저마다의 계절 속에서 다른 폭풍을 맞으며 펼쳐 들었던 책. 이제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나이에, 나는 다시금 그 첫 장을 넘긴다.젊은 날의 성장통, 자아를 찾아가는 격렬한 투쟁을 담은 소설을 왜 하필 지금 다시 읽느냐고 혹자는 물을 것이다. 그 물음이야말로 내가 이 책을 다시 펼친 이유였다. 책이라는 정지된 텍스트가 읽는 사람의 시간과 만나 어떤 다른 울림을 만들어내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과거의 내가 품었던 생각과 지금의 내가 가진 가치관이 빚어내는 ‘차이’. 그 간극을 통해 한 인간.. 2025. 10. 17.
글쓰기와 글짓기 글을 쓴다는 건 뭘까. 그건 하루를 남기는 기록이 되기도 하고, 엉킨 마음을 풀어내는 실타래가 되기도 한다. 펜을 잡거나 키보드에 손을 올리는 순간, 우리는 자신의 안으로 깊이 침잠한다.진짜 글은 쥐어짜서 나오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머릿속에서 억지로 문장을 만들고 그럴듯한 단어를 찾아 헤매는 건 노동에 가깝다. 살아있는 글, 숨 쉬는 글은 지금, 여기에서 들끓는 감정을 정직하게 담아낼 때 탄생한다. 슬픔이든, 기쁨이든, 혹은 이름 모를 공허함이든, 그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바로 그 순간을 붙잡아야 한다. 타이밍을 놓친 감정은 이내 빛바랜 사진처럼 박제되어 버린다.그래서 나는 ‘글쓰기’와 ‘글짓기’를 구분하려 애쓴다. 글쓰기가 날것의 감정을 그대로 종이 위에 옮겨 박는 행위라면, 글짓기는 시간이 지.. 2025. 10. 17.
쉰 해를 건너온 춘화도 관점의 차이는 때로 유치하고 저속해 보이는 것을 지극히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으로 둔갑시킨다. 우리가 잃어버린 어떤 시절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면, 지금의 잣대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가슴 시린 진실의 한 조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아직 세상의 글자를 채 깨우치지 못했던 한 남자의 아주 어린 시절 이야기다.옆집에 사는 동갑내기 여자애를 사무치게 좋아했다. 마음은 들끓는데 ‘사랑한다’는 글자를 쓸 줄 몰랐다. 그는 서툰 솜씨로 그림을 그렸다. 연필로 꾹꾹 눌러 담은 마음을 비닐로 감싸고는, 혹여 다른 사람 눈에 띌세라 여자애 집 대문 옆 돌담 깊숙한 곳에 꼭꼭 끼워 넣었다. 언젠가 그녀가 발견하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만을 바라면서.하지만 얼마 못 가 그는 다른 동네로 떠나야 했다. 꼬마의 애틋했던 .. 2025. 10. 16.
엑스트라 며칠 전, 나는 몇몇 사람들과 면접이라는 이름으로 마주 앉았다. 서류 속 빼곡한 경력보다 그들의 얼굴에 새겨진 시간의 결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때는 누군가의 선배였고, 어느 조직의 중심이었을 그들이었다.그들에게도 분명 그런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이름 석 자가 곧 책임의 무게였던 시절. 결정의 순간에 모두가 그의 입을 주목했고, 그의 손짓 하나에 거대한 톱니바퀴가 굴러가던 때. 회의실의 가장 안쪽 자리에 앉아 조직의 미래를 논하던, 이야기의 명백한 주인공이었던 시간들. 그 시절의 열정과 땀방울이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을 테다.하지만 시간은 모든 것을 제자리에 두지 않는다. 영원할 것 같던 무대의 조명은 서서히 다른 곳을 비추고, 익숙했던 역할은 새로운 후배들의 몫이 된다. 그것은 패배나 퇴장이 .. 2025. 10. 16.
쉼표를 찍어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 하루에 한 번만이라도잠시 그 자리에 멈춰서 보세요.아무 계획도 하지말고 어떤 목표도 세우지 말고그냥 가만히...그 자리에 잠깐만 정지해 보세요.스쳐 지나가는 것들,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했던 것들이 보일 거예요.파란 하늘과 구름, 별들, 그 사이 아래 찬란히 빛나는 사랑들,우리 인생에 소중한 것들이 보일 거예요.......모두가 바쁘기만 하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아요.멈출 수 있어야 행복할 수 있어요.한 자리에 오래도록 멈춰서 있어서더 푸르러지고 아름다워지는나무처럼 말이에요. .... 어느 시인의 글에서내비게이션은 자꾸만 더 빠른 길을 알려주고, 자동차의 액셀은 더 깊이 밟으라고 속삭였다. 앞차의 꽁무니를 놓칠세라, 약속 시간에 늦을세라 정신없이 달리다 번.. 2025. 10.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