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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nking

의미의 부여

by daekirida 2015. 11. 23.
몇년전 북한산 등산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할머니들이 길거리에서 고사리와 란 종류를 팔고 계시기에 가격을 물어 보고는 베란다에서 키워 볼 요량으로 만원에 란 3개와 고사리 몇개를 샀다.

식물이나 화초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나 그냥 키우는 재미가 쏠쏠해, 분갈이 하고 햇볕에 내어놓고 물도 충분히 주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며칠이 지난후 더 시들시들 해지고 고사리는 일부 죽기까지 하였다.
이 화초들과 우리집은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었지만, 그냥 이렇게 죽이거나 버리기에는 아까워 아파트 옆동에 사는 화초 가꾸기가 취미인 지인을 불러서 혹시 가져갈 수 있으면 가져가라고 했다.

그런데 다음날 나를 부르더니 자기 화원에 있는 각종 화분, 분재, 석부작, 다른 크다란 각종 란을 잔뜩 선물로 주면서,
'어디에서 샀느냐? 그곳에 같이 갈 수 있느냐? 다음에도 이런 것 있으면 본인에게 바로 가지고 와라'

난 좀 어리둥절, 그 이유를 잘 알지 못했는데, 그 란 3개중 하나가 좀 희소가치가 있는 것이었으며, 고사리도 '남방계 고사리'와 비슷하여 값어치가 좀 나갈 수 있다나..
자기네 매니아들 산정가격으로 꽤 값 나가는 것은 분명한 것 같았다.

가치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 시각에 따라서 그 가치가 판이하게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
그 무엇에 대하여 의미를 부여하고 소중히 여기게 되면 그 가치가 올라가게 되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거나 소홀히 다루게 되면 가치가 떨어지거나 없어지게 된다는 것..

우리 스스로에 대해, 내 친구에 대해, 내 아내에 대해, 내 직장동료에 대해, 그리고 내가 가진 소유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소중히 대하게 된다면 그 만큼 가치성이 부각되리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문득 김춘수 시인의 '꽃'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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