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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o Life58

가을이 왔다. 대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담장을 넘어 현관 앞까지 가을이 왔다 대문 옆의 황매화를 지나 비비추를 지나 돌단풍을 지나 거실 앞 타일 바닥 위까지 가을이 왔다 우리 집 강아지의 오른쪽 귀와 왼쪽 귀 사이로 왔다 창 앞까지 왔다 매미 소리와 매미 소리 사이로 돌과 돌 사이로 왔다 우편함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왔다 친구의 엽서 속에 들어 있다가 내 손바닥 위에까지 가을이 왔다 .... 오규원 中 며칠새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저녁에 걷어찬 이불을 새벽에는 더듬더듬 찾게된다. 가을은 때를 알려주지 않고 슬금슬금 다가온다. 가을은 꼬끝으로 손끝으로 먼저온다. 가을은 제대로 주인공이 된 적이 없다. 샛방 살이 하듯 한두달 슬그머니 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을을 기다린다. 가을은 늘 모.. 2022. 8. 27.
나도 여기에.. 2022. 8. 23일.. 나도 여기에 포함된 1인으로 이제 등록되는구나..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으로 나뉜다고 한다. 코로나 걸린 사람과 걸리지 않은 사람.. 인간의 불행은 누구라도 방에 꼼짝 않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생겨난다. 그저 방에 고요히 있으면 좋으련만, 당최 그러지를 못한다. 그래서 굳이 스스로 불행을 자초한다. ..... 블레즈 파스칼 코로나가 수많은 변이의 과정을 거쳐 왔듯이 코로나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인식들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물론 기저 질환자나 노약자 같은 경우에는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겠지만 코로나를 보는 시각 자체가 두려움이라기 보다는 피하거나 피할 수 없으면 거쳐가는 과정으로 여겨지고 있다. 코로나를 불행이나 죄악이 아닌 동행할 수 밖에 없는 나쁜 이웃으로 보고 있다는.. 2022. 8. 25.
산책 사람들은 어떤 형식으로든 산책을 한다. 산책을 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산책은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것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지만 가볍게 걷는 것임은 분명한 것 같다. 산책은 누군가에겐 주위의 풍경을 감상하며 걷는 즐거움이고, 어떤이에게는 건강을 위한 몸의 움직임이기도 하고, 또다른 누군가에게는 고민과 생각의 장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렇듯 사람마다 다른 산책의 모습은 그들 각각의 삶의 모습과 닮아있다. 누군가에겐 잠시 동안의 여가인 일이 누군가에겐 결코 여가가 아닌 삶의 전부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겐 느긋하게 동네 정경을 살피는 한가로운 일이 어느 누군가에겐 고통을 잊으려 애쓰는 절박한 행위가 될 수도 있다. 어느듯 어김없이 저녁 산책을 나갈 시간이다. 오늘의 산책은 이것.. 2022. 4. 18.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않기 어느 TV드라마에서의 한 대사가 기억이 난다. "당신이 우리를, 나를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마세요." 나 자신도 잘 모를때가 많은데 상대방에게 자신이 마치 다 아는 것처럼 얘기할때가 있다. 특히 익숙한 풍경, 자주 보고 만나는 사람에 대해서 더욱.. 하지만 익숙한 풍경도 시시때때로 변하고 여러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질 때가 있으며, 자주 만나는 사람도 시간과 상황에 따라 우리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겉모습이 아닌 드러나지 않은 마음속으로 들어가면... 그리하여 누군가에게 말할때 쉽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보이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듣는 것에 충실하기로 했다. 2022. 4. 18.
Less is more 몇해전 카페를 가게되면서 가는곳 마다 공간의 심플함을 보게되었고 심플함이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집이 예쁜 카페처럼 심플해질 수 없을까를 고민하던 와이프는 아깝지만 버리는 것에서부터 심플라이프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옷장속의 옷, 책장속의 책 아니면 옷장이나 책장 자체를 버리는 일.. 그리고는 아무리 예쁘고 탐나더라도 심플라이프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구매 자체를 하지 않게 되었다. 또한 물건 하나를 사면 하나는 반드시 버리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그 덕분에 집은 심플, 깔끔해졌지만 시골집의 창고는 포화상태가 되었다. 시골집 창고의 포화상태가 해결될 시점이 나에게는 진정한 미니멀라이프가 실천될 것 같다. 세상이 급변하고 삶의 영역이 복잡해져서일까? 간단함과 단순함의 영어 표현인 '심플(Simp.. 2022. 4. 5.
2018 어느 추운날 매서운 바람이 불고 집에 가기 까지는 발걸음이 먼 듯한 퇴근길에 나도 모르게 들른 한적한 한 카페.. 아메리카노 잔을 앞에 두고 차가운 손을 녹이고 감싸면서 순간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있었다. 그 사람과 이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의 마음에 밝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이 생겨나게 하는 것은 열렬함과 치열함이 아니라, 한낮의 햇볕과 한 줌의 바람 그리고 강물을 따라 흘러가는 구름일 수도 있다는 누군가의 얘기를 되새기게 된다. 2018. 1. 14.
가을 그리고 10월의 마지막밤.. 일주일새 너무 자주 들려나오는 노래가 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10월의 마지막 밤을, 뜻모를 이야기만 남긴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마른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는 작은 잎새하나, 그대가 나무라 해도 내가내가 잎새라 해도...'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내가슴에 슬픔이 어쩌고 저쩌고...' 아직까지도 불후의 명곡으로 불리어지는 이런 노래들을 들으면 찌질이도 궁상맞고 슬프고 패배주의적이고 너무나 감상적이고 낭만적이다. 난 이런 부류의 노래들을 정말 싫어한다. 쌀쌀한 10월까지는 좋은데 왜 꼭 이 시점에서 그런 찌질한 노래들이 되풀이되듯 불리어져야 하는지? 가을이라는 계절이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건지 아니면 사람들이 을씨년스런 가을이라는 핑계로 그런 멜랑꼴리한 분위기로 이끄는건지.. 가을을 노래한다.. 2017. 10. 31.
식육식당과 정육식당 서울에는 식육식당이 없고 정육식당만 있는데, 경상도 지역에서는 식육식당만 있다고.. 그 차이가 무엇인지 서울출신인 한 직원이 고기를 굽다말고 궁금한 듯 묻는다. 난 늘 결정과 답을 내려줘야 하는 위치에 있는지라 한자의 재빠른 해석으로 식육과 정육의 정의를 내려주기 빠빴다. 식육식당은 먹을식자가 앞에 있어 고기를 파는 것(Take Out)보다는 그 자리에서 구워 먹는것이 주가 되는 식당이고, 정육식당은 고기를 파는 것(Take Out) 즉 정육점이 주가 되는 식당이라고 정의하였고, 원래는 식육식, 정육식에서 ’식’자가 빠진 것이라는 언급까지 해주었다. 굳이 구별하자면 식육식당은 식당에서 바로 고기를 제공하는 시스템이고, 정육식당은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서 식당에서 구워먹는 시스템? 다들 그럴 듯하다고 동의는.. 2017. 10. 19.
엑스트라 얼마전 회사 계약직 채용 면접을 진행하였다. 일선에서 은퇴를 하였거나 현재는 고연령으로 일을 제대로 찾지 못하고 계신 분들 대상이다. 예전에는 그들이 속한 조직에서 각자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거나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일을 맡고 있었을 것이다. 과거라는 이름으로 묻히긴 하였지만 그래도 그들은 주인공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흐르는 세월이라는 이름으로 후배들에게 그 자리를 물려주고 엑스트라의 역할을 스스로 맡으려 하고있다.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그들의 삶은, 그들의 새로운 도전은 결코 가벼이 여겨지거나 부끄러울 수 없다. 아름다운 도전 그리고 새로운 시작.. 엑스트라로 다시 서는 그들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낸다. 2017. 10.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