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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o Life

가을이 왔다.

by daekirida 2022. 8. 27.
대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고 담장을 넘어
현관 앞까지 가을이 왔다
대문 옆의 황매화를 지나
비비추를 지나 돌단풍을 지나
거실 앞 타일 바닥 위까지 가을이 왔다
우리 집 강아지의 오른쪽 귀와
왼쪽 귀 사이로 왔다
창 앞까지 왔다
매미 소리와 매미 소리 사이로
돌과 돌 사이로 왔다
우편함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왔다
친구의 엽서 속에 들어 있다가
내 손바닥 위에까지 가을이 왔다
                  .... 오규원 <가을이 왔다>中


며칠새 아침 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분다.
저녁에 걷어찬 이불을 새벽에는 더듬더듬 찾게된다.

가을은 때를 알려주지 않고 슬금슬금 다가온다.
가을은 꼬끝으로 손끝으로 먼저온다.

가을은 제대로 주인공이 된 적이 없다.
샛방 살이 하듯 한두달 슬그머니 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진다.

하지만 사람들은 가을을 기다린다.
가을은 늘 모자람이 없고, 무언가를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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