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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o Life

고구마 그리고 빼때기

by daekirida 2015. 11. 24.
"고구마 빼때기, 고구마 빼때기
말랐다 비틀어졌다 고구마 빼때기..."
어렸을때 동네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하면서 부르던 노래의 한대목이다.

그 당시 친구들이 간식으로 과자를 먹을 때 나는 고구마 빼때기를 먹었다.
생 고구마 말린 것은 겨울과 봄 사이에 주식 또는 간식으로 빼대기 죽을 해먹었고, 삶아서 말린 빼때기는 간식으로 먹었다.

빼때기는 고구마를 얇게 쓸어 말린 것(잘 모르는 사람을 위해 간략 정의)을 말한다. 수확한 고구마를 보다 오래 저장하기 위하여 생 고구마 내지는 삶은 고구마를 얇게 썰어 말려서 보관을 하는 방법이다.

그 후 30여년간 난 고구마가 들어간 음식은 먹지 않았다.
점심 도시락으로 싸 다녔던 삶은 고구마, 겨울에 소죽 끓이면서 구워 먹었던 군 고구마, 빼때기 죽과 삶은 고구마 빼때기 그리고 빼때기 볶음..
질리도록, 보기 싫도록 먹었기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가난의 상징인 고구마가 정말 싫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최근에 고구마를 다시 먹기 시작 하였다.
과거와의 화해라기 보다는 고구마와 같이한 역사가 깊고 그 맛을 잊기에는 너무도 어린애 같은 나를 발견하였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매년 빼때기를 만드셨다.
의외로 손주들이 빼때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어머니표 빼때기'를 먹는 순간, 어릴 때의 고구마 그리고 빼때기에 얽힌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속에 비춰지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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