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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 Book

그때 그 시절5. 막걸리 심부름

by daekirida 2015. 5. 5.

 

 

어렸을 때 막걸리 심부름은 수없이 많이 해봤을 것이다.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5월의 어느 주말, 들판은 누런 보리와 밀로 뒤덮여 있었다.
어른들은 저마다 낫을 들고 보리를 베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고, 우리는 논두렁에서 개구리를 잡거나
또랑에서 미꾸라지를 쫓으며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논은 경지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터라 논과 둑 사이의 경사도도 있었고, 또랑은 물을 댈 수 있는
저수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여 아이들이 놀기에 좋기도 했지만 때론 위험하기도 했다.

저 만치서 부르는 할아버지의 목소리,
"도가에 가서 술 한주전자 퍼뜩 받아 오거라이"

나는 동생과 같이 2L 술 한주전자를 들고 꼬불꼬불한 길과 논둑을 타고 들판으로 향하는데
술주전자의 무게 때문에 단숨에 가지는 못하고 30M, 50M 거리에서 한번씩 쉬어 가야만 했다.

그런데 주전자의 무게도 무게지만 목도 마르고 해서 술 한모금씩, 두모금씩 먹어 가면서 가게 되었는데
목적지에 도착되기 전에 벌써 반치나 먹어 치우게 되었다.

거의 도착할 무렵에는 술기가 위로 올라와 논둑에서 미끄러져 또랑에 꺼꾸로 쳐박히게 되었는데
얼굴이 반쯤 물에 처박혀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동생이 고함을 치는통에 어른들이 달려와 구해내
나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나게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막걸리가 다 쏟아져 있는 주전자를 안고 아까와서 울음을 터트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모두들 막걸리에 대한 저마다의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