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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_국내/→ Island

남도 섬기행..비진도(3)

by daekirida 2022. 4. 13.

지난해 6월의 이야기

파도 소리에 잠이 들고 파도 소리에 잠이 깬다.
잔잔한 파도는 자장가가 되어 주기도 하고, 아침을 깨우는 달콤한 속삭임이기도 하다.

오랫만에 보는 해넘이와 해돋이다.
해넘이를 보는 이유는 하루를 돌아보며 평온히 쉬고 정리한다는 것과 마음을 가라앉히고 내일을 기약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고, 또한 해돋이는 희망과 기대를 안고 하루를 시작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다.

↑ 해수욕장앞 작은 섬, 춘복도의 해넘이     ↓ 해돋이

일찍 일어나는 습관 때문에 해돋이 시간 이전에 일어났다.
해돋이를 보고나서 어제와 다른 오늘을 보기 위하여 마을을 한번 둘러 보기로 한다.


외항마을에서 내항마을로 가는 고갯길(까구막 고개)이다. 이른 시간이라 이동하는 사람이 없고, 오로지 나만을 위해 주어진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까구막 고갯길에서 해수욕장쪽을 바라 본 풍경이다.
비진도 대표사진으로 등장하는 또 하나의 바로 그 장면이다.
그 많은 사진들 대열에 내가 촬영한 사진도 한장을 등록하며, 비진도에 입도한 자로서의 대열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다.

세상에는 두가지 사람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비진도를 다녀온 자와 다녀오지 못한자’


까구막 고개에서 바라본 어제 멋진 해넘이를 연출했던 춘복도이다.
밤과 낮, 아래와 위에서 보는 장소, 시각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시원한 바람을 콧속으로 넣으며, 손에서는 부드러운 바람결을 연신 비벼댄다.
딱따구리의 나무찍는 소리부터 귀에 익숙한 듯 낯선 여러 새소리가 오케스트라를 구성하여 하모니를 낸다.
20여분 걸어 내항마을 입구까지 왔다.

어느 섬을 가나 볼 수 있는 공통적인 것은 주위의 자연에 있는 소재를 활용하여 구축물을 만든다는 점과 그 소재의 중심에는 항상 돌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내항마을 내부의 모습들이다.
2013년 5월에 TV 오락프로 1박2일에도 등장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1박 2일에 등장한 것이 비진도를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것이기는 하나 굳이 그것이 아니더라도 비진도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은 폐교로 존재하는 비진분교도 자리해 있다.


비진 분교 언덕에서 바라본 마을의 모습이다.
형형색색 지붕의 색깔은 폴 세잔의 풍경화를 보는 듯 다채롭다.

그리고 정겨운 마을의 골목길..
낯설면서도 왠지 익숙한 마음의 고향쯤 된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새벽에 일어난지라 두어시간 지나니 뱃속에서도 알람이 울린다.
아침식사를 위해 다시 외항마을로 이동한다.
돌아가는 길에 다시금 만나게 되는 외항마을의 시시각각 변화하는 풍경들을 카메라에 또다시 담아본다.


마을길을 돌아보다 그래도 비진도에 왔으니 아침의 해수욕장 모래사장을 밟아 보기로 한다.
발에 밟히는 모래의 감촉이 너무 좋다.
낮에 빛을 받아 가루처럼 부드러워질때와는 또 다르다. 낮은 은모래, 지금은 이슬로 물기를 약하게 먹은 금모래빛이다.
찰랑대는 파도소리는 바람이 물살을 시켜 나를 환영하는 소리 마냥 정겹게 느껴진다.

이쯤해서 이벤트 하나를 마련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 나를 사랑해주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의 메세지를 전한다.
’사랑해’
손가락에 ♡모양을 하고 찍은 인증샷은 고민끝에 올리지 않기로 한다.
아무 준비없이 묵었던 터라 어제 오후부터 몰골이 털보거지 그 자체라 사랑의 메세지가 반감될 것 같아서..


통영으로 나가는 첫배가 9시 30분에 있어 씻고 아침식사와 더불어 선착장까지 걸어 나갈려면 그리 넉넉한 시간은 아니다.
아침식사를 하러 어제 그 식당에 들렀더니 아침 장사 안하니 통영에 나가서 먹으란다.
아줌마도 통영에 나갈 준비를 하며, 마늘을 말리기에 바쁘다. 그런데 마늘이 아니란다. 비진도 파..꼭 마늘같다.
이건 씨알이 작아서 상품성이 떨어진단다.
큰게 상품성이 있는 것은 당연..


고픈배를 움켜잡고 마을 내부를 빙빙돌며 하이에나 처럼 먹을 것을 찾아나선다.
마을회관을 지나 언덕너머에 발견한 작은 구멍가게 하나..

쉼터 민박, 매점이다.
아저씨 혼자서 식사를 하고 계신다.
군침을 삼키며 나도 모르게 말을 걸었다. 밥이 맛있어 보인다, 볼락이 싱싱해 맛있겠다, 채소는 여기서 직접 가꾸느냐는 등등..
느즈레를 떠는 와중에 그 아저씨 씩 웃으며 앉아서 밥 같이 먹자고 하신다.
말을 번복할 수 없게 얼른 자리에 앉는다.
단촐해 보여도 내가 맛 본 어느 맛집보다 낫다.
후각은 미각을 불러오고, 미각은 내게 내재된 감각을 이끌어낸다.

밥 한그릇 그리고 어제 낚시로 잡았다는 뽈락도 2마리씩이나 건네주신다.
내가 아는 섬 사람 컨셉과는 이 분은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나다를까 이 분은 부산에서 살다 10년전부터 혼자 이 섬에 들어와 여유와 낚시를 즐기다가 낚시배도 사고, 폐가도 구매하고 정비하여 지금은 민박과 더불어 조그만 구멍가게도 같이 운영하게 되었단다.
새삼 ’나는 자연인이다’ ’도시어부’ 같은 TV프로그램을 떠올리게 되면서 이 삶이 너무나 부러웠다.

비진도에 대한 여러 궁금한 얘기도 물어보게 되었고
무엇보다 궁금한 한가지는 염소..
방목을 하는데 주인없는 염소도 많단다. 잡을 수 있으면 잡아먹으라고 하며, 크게 웃으신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며 폭풍 수다를 이어가다 그래도 아침밥을 얻어 먹었으니 설겆이는 내가 하겠노라고 하니 흔쾌히 승락하신다.
젊은 사람이 대개 싹싹하며 재미있단다. 혹 생각이 있으면 가까운 곳에 빈집도 있으니 연락하란다.
다음을 기약하고 인사하며 이별을 고하자 인연이 되면 또 만날 것이라며 악수를 청하며 손을 내민다.
손의 감촉이 자연인이다.

그 어르신 민박집은 마을 초입 게시판에 소개 조차 되어 있지 않다.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비진도에 가면 꼭 그 집을 들러보기 권한다.
나와 자매결연을 맺은 집이라 편의제공은 물론 숙박비용도 싸게 해주리라 기대된다.

이렇게 1박 2일 동안의 비진도 여행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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