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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_국내/→ Island

남도 섬기행..비진도(2)

by daekirida 2022. 4. 13.

지난해 6월의 이야기

여유라는 시간적 또는 공간적 의미는 스스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마음의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중에서 여유라는 시간을 따로 떼어 놓을 필요가 있어진다.

때로는 내 삶의 관객이 되어 바쁘게 움직이던 일상이라는 스크린을 투사하고, 주연으로서의 역할과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정립 그리고 새로운 설정도 그려보게 된다.
새롭다가도 가끔은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하루’는 이 시점에서는 신선한 모티브가 된다.

비진도 두번째 이야기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이 있는 법, 선유봉 정상을 뒤로하고 내리막길을 다시 걸어 내려간다.

내려가는 곳곳마다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 비진도의 산호길 절경을 만끽할 수 있고, 설명도 곁들여져 있어 친절한 비진도다.


지금까지의 여정은 다소 밋밋하였는지 모른다.
그런데 재미를 더하기 위해 스토리 하나쯤은 나타나게 되어 있다.
산길에서 갑자기 나타난 동물..노루다.
순식간에 앞에 나타났다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또다시 나타난 동물..이번에는 염소다.
염소는 심심찮게 등장을 하는데, 이 섬에서는 염소를 오래전 방목을 하였는데, 야생 상태에서 자기들 멋대로 번식하여 주인없는 염소도 많다고 한다.


딴생각하다가 순간 길을 잘못 들었다.
잘못된 길에 접어 들었다고 생각할때는 바로 뒤돌아 가서 원점에서 다시 길을 가면 되는데,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 '이렇게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이다.

산길을 헤매게 되었다. 순간 당황이라는 글자가 머리속을 밀려왔다.
유머 대사 "당..당황하셨어요?"라는 말이 이 순간 어울리지 않게 내뱉게 되는 것은 이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TV 드라마나 뉴스에서 보던 일이 나에게도 일어 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등산객은 나뿐인데..

더운 날씨에 가지고 있던 생수는 이미 바닥이 난 상태..
하지만 바쁠때는 돌아가라는 말처럼, 1시간 30분 뒤에 떠나게 될 마지막 출항 배를 포기 한다면 그나마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배를 포기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땀을 많이 흘렸기에 탈수를 막기위해 그 자리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헤메고 내려왔던 나의 발자취를 천천히 뒤돌아 찾기 시작했다.
범인 발자국 수사 하듯 한발자욱, 두발자욱..

내가 오만을 부린 그 자리에 돌아오기 까지 다시 1시간..
감격이 밀려왔다. 그리고 행복과 행운이라는 단어가 새삼 뒤따라왔다.

우리는 잘못된 경험치와 이렇게 해도 아무 문제 없을거야라는 안일함이 우리를 잘못된 길 그리고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는 초등학교 윤리교과서적인 교훈을 얻게 되었다.

다시금 산호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더욱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비진도를 즐기고 느낄 수 있었다.
전화위복이라고 하면서..


내려오는 길에 나름 여유가 생긴 탓에 섬에서 흔히 일어날듯한 스토리를 생각해 내었다.
물론 드라마나 만화에 자주 나오게 되는 3류 소설류에 속하는 얘기다.
두 남녀가 섬에 들어와 지금과 같은 예기치 않은 상황으로 마지막 배를 놓치게 되고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아 민박집에 하는 수 없이 같이 들어가게 된다.
금전적 이유로, 혹은 여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민박집의 한 방을 잡을 수 밖에 없게된다. 그리고 거기에서 밤동안 선을 넘니 마니 38선 게임을 하다가 새벽에는 결국 통일을 이루어 새로운 역사가 진행되거나 말거나..

내려가는 길에 또다시 만난 염소들..
비진도는 염소들의 파라다이스 같기도 하다.

우여곡절 끝에 비진도 산호길 출구를 나오게 되었다.

아름다운 비진도의 낙조와 모래해수욕장, 몽돌해수욕장 양쪽을 지나면서 마을로 들어선다.
배를 타고 떠났더라면 못봤을 장면들이다.


마을 어귀에 있는 오늘 음식을 파는 유일한 식당,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음식 되는 게 뭔지를 물어보고 시킨 멍게비빔밥 한그릇을 뚝딱 해치운다.
음식 보다는 물을 두배는 더 먹은 것 같다. 내 몸이 원하는 물, 시원한 정숫물..

어딜가나 나름 이름있는 식당은 저렇게 벽에다 뭔가를 잔뜩 붙여 놓거나 낙서가 많은가 보다.
어찌보면 눈에 거슬리기도 하는데 ’울 집은 사람도 많이 다녀가고, 유명한 집이요’라는 마케팅의 하나의 수단으로 자리잡은 듯 하다.

번아웃 상태..
모든 것을 뒤로하고 식당 아줌마가 연결해준 민박집으로 바로 향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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