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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_국내/→ Island

남도 섬기행..통영 연화도

by daekirida 2022. 4. 19.

2019년 6월의 이야기

여행자! 나는 이 이름을 사랑한다.
여행자는 마땅히 존경받아야 한다.
여행자라는 직업은 인간의 삶을 가장 잘 상징해서 보여준다.
한 곳에서 출발해 다른 한 곳으로 향하는 것.
모든 인간 하나하나의 역사가 그렇지 아니한가!
... 헨리 데이빗 소로우

섬 여행을 다니면서 느끼게 된 것은 어떤 테마로 그 장소에 가는가에 따라 어느 정도는 시기를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늘상 즉흥적으로 마음닿는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스타일이라 그런 것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6월초 연화도를 들어오면서 연화도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알고 왔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연화도가 수국으로 유명한 곳인지를 알았더라면 6월말로 시기를 조절했을 수도 있었다는 일말의 아쉬움..
그렇다고 여행의 기분이 반감된 것은 아니다. 여행은 그때 그때 항상 새로움과 에피소드가 있으니까..

1.연화도는 어떻게 들어가나?

연화도는 통영 삼덕항에서 연화도행 배를 타거나 아니면 욕지도에서 들어가도 된다.
통영항에서는 약 50분, 욕지도에서는 약 15분 정도 소요되는 것 같다.
연화도는 하루 등산코스로 다녀가거나 아니면 욕지도에서 지내면서 반나절 다녀오는 방식을 많이들 택하는 것 같다.
연화도는 욕지면 연화리에 속하며, 해안선 길이가 약 12Km정도로 섬이 크지 않아 4~5시간 정도면 섬 전체를 충분히 둘러 볼수 있다.

연화도는 3개의 섬으로 연결되어 있다.
제일 우측 큰 섬이 연화도, 중간섬이 무인도인 반하도, 좌측 끝섬이 우도이다.
(※ 우도 : 우리나라에 우도란 이름을 가진 섬이 의외로 많다. 제주도의 우도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규모로 보면 우도 중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큰 섬으로 알려져 있다.)

아름다운 연화항과 주변 마을의 모습이다.

2. 연화도의 유래

연화도는 과거 오랜 시절부터 불교의 채색이 짙은 섬으로 알려져 있다.
연화도를 다녀온 사람들은 알겠지만 어떻게 보면 불교의 성지 섬 같기도 하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자면 연산군의 숭유억불정책의 산물을 고스란히 받은 곳이기도 하다.
한양의 삼각산에서 수도중이던 연화도인이 이를 피해 남해 보리함에 거주하다가 연화도로 넘어와서 연화봉 동쪽편에 작은 토굴을 짓고 정진을 하였다고 한다.
연화도사는 자신이 입적할 날이 점차 오고 있다고 느끼고,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거든 바다에 수장시켜라. 이 한몸, 물고기의 밥이 되어 보시하리라."
그가 죽어서 섬 사람들이 시신을 수장하자 연화도사는 한 송이 연꽃으로 피어났다고 한다.
그 일이 있었던 후부터 본 섬을 연화도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 뒤 오랜 시간이 지나 사명대사가 이 섬에 들어와 연화도인 토굴 아래에 움막을 짓고 수양을 하여 깨달음을 얻었다는 설이 내려오고 있다.


3.트레킹 코스

트레킹 코스 안내는 선착장 바로 앞 큰 물고무통(경상도에선 고무다라이)에 표시되어 있다.
대충 만든 것이 아니라 가벼운 웃음과 기억력 침투를 노린 특이한 컨셉이다.

나는 이 지도를 참고하기로 했다.
푸른색 산림욕길로 동두마을까지 가서 빨간색길 해안 트레킹 코스로 연화봉 그리고 연화사를 거쳐
연화항으로 돌아 오는 것으로..
트레킹 코스랄 것도 없이 그냥 단순하다. 동두마을까지 갔다가 해변길을 따라 돌아오면 된다.

마을 바로 앞에 연화분교가 있다. 사람들이 하도 폐교라해서 폐교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학생5, 선생님1, 주무관1, 조리사1, 총인원 8명이 있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는 학교다.
깨끗하고 깔끔하게 잘 가꾸어져 있고, 잔디도 푸르고 스폰지처럼 안정감을 주어 학교가 아직 건장함을 나타내어 주는 듯 하다.


옛까꼬막길을 오르며 동두길을 따라 한참 가다보면 쉼터가 있고, 자그마한 카페가 자리해 있다.
(까꼬막은 오르막길, 가파른 길을 뜻하는 경상도사투리다.)
까꼬막길을 제법 올라온지라 땀 좀 식히려 커피한잔 하려는데 문이 잠겨있다.
오아시스가 말라 있으면 어떡하나..


연화도의 동두마을 전경이다. 섬의 동쪽끝쪽에 자리한 동두마을은 가두리양식과 근해어업을 하며
살아가는 작고 아늑하고 평온하며 아름다운 섬어촌이다.
듣기로는 여기 가두리양식장에는 우럭과 고등어를 주로 양식 한다고 한다.
욕지도는 고등어 양식의 메카이기 때문에 연화도 역시 고등어 양식장이 성행하고 횟집을 가게되면 흔하게 볼 수 없는 싱싱한 고등어회를 맛볼 수 있다.


출렁다리와 용머리해안 전망대에서 바라본 해안단애와 생명의 리듬을 담고있는 풍경이다.
사진으로 표현해 내는데 한계가 있음을 느끼게 된다..


망부석, 촛대바위, 아들바위..
이름도 다양한 바위들이 솟아져 있다. 방문객이 저마다 이름을 붙이다 보니 이름가진 바위수도 많아졌고, 그것이 꼬리를 물고 전해져서 수많은 이름의 바위와 전설을 만들어 낸 것 같다.
굳이 나도 하나의 이름을 얹자면 '천년 바위', 수천년의 세월을 지내며 지금의 모습으로 태어났다는 생각에..


사진으로 보는 것은 눈으로 보는 것의 1/10도 못따라가는 것 같다.
최고의 카메라는 눈인데, 눈으로는 저장을 할 수 없으니 아쉽기만 하다.
아름다운 해안 둘레길을 따라 신선하고 마셔보지 못한 공기를 들이키며 용머리 해안의 형용할 수
없는 절경도 마음껏 감상하며, 대양을 항해 힘차게 헤엄쳐나가는 연화도 용의 모습을 망막속에 그려넣는다.
이 맛에 섬기행, 이맛에 섬 트레킹을 하는 것이 아닐까는 감탄을 쏟아낸다.

눈보다는 화소가 떨어지지만 이 아름다운 광경을 스마트폰에 담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리고 정상에 다다른 갈림길에 홀로 자리한 석가여래 진신사리 5층 석탑..
고산 스님이 스리랑카에서 몸소 모셔왔다는 진신사리(석가모니의 몸에서 나온 사리)가 있는 탑이라고 한다.

4.연하도 4대 비경


연하도 4대 비경은 위의 표지판에 나타나 있듯이 보덕암, 해수관음상, 아미타 대불전, 연화도인 사명대사 토굴이다.
모두 불교에 관련된 건축과 조형물이다.

뒤에는 산, 앞은 바다, 절벽에서 바람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보덕암은 수많은 풍파와 같이하며 연화도를 안내하는 등대와 같다.
그리고 그 아래쪽에 바다를 향해 옅은 미소를 짓고있는 해수관음상..


연화봉 정상과 정상에서 연화도를 내려다 보며 두루 살핀다는 아미타 대불전..
해수관음상은 바다를, 아미타 대불은 연화도 내부 또는 통영쪽을 바라보고 있다.
아미타 대불 아래 빗돌엔 경탄송이 새겨져 있는데 이 부분이 마음에 와 닿는다.
"버리고 버려서 버릴 것이 없을때 모든 고통은 씻은 듯이 없으리라"
법정스님, 소로우가 강조한 삶의 철학을 여기서도 느끼게 된다.


운상정, 구름위에 있는 정자라는 의미..
잠시나마 그늘에서 쉴수가 있고, 음식과 음료를 통해 여유를 찾기에 충분하다.


연화도인이 수행하던 토굴아래에 움막을 짓고 정진한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명대사를 모신 조그마한 사당도 있다.


내려오는 길에 들른 연화사..
섬 규모를 봤을때는 꽤 큰 절임을 알게된다.
수국이 필때쯤이면 꽃으로 덮힌 화려한 연화사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5.반하도와 우도

연화도와 반하도를 연결하는 현수교..
반하도는 연화도와 우도를 연결하는 중간섬인데 숲이 울창하고 꽃이 많이 피는 섬이라 하여 그런이름을 가졌다고 한다. 차량통행이 불가한 해상 보도교이며 길이가 무려 230m나 된다.


반하도 해안 데크로드..


반하도-우도를 연결하는 강관 트러스트교다.
길이는 79m나 된다고 한다.


우도의 경치..
일출의 명소인 용강정전망대와 동백나무터널, 우도해수욕장앞의 작은 두개의 섬, 구멍섬과 목섬..
특이하게 받아들인 것은 우도 안내 표지판에 화장실이 표시되어 있다는 것과 백패킹, 낚시장소도 친절하게 안내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말 CS가 물씬 묻어나는 우도다.


연화도는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해안을 따라 난 길을 걷노라면 왠지모를 영혼의 울림, 내가 느낄 수 있는 최대의 시원함과 해탈감을 가지게 된다.
또한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연륙교는 그 자체 보다는 주위의 아름답디 아름다운 풍경과 곁들여져 새로운 명물로 자리잡고, 바람을 타고 걷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작지만 부족하거나 모자람이 없이 알찬 섬이다.
섬 자체가 불교의 색채가 짙어 불교 신자자면 심신의 안정, 그리고 수양도 될 것 같아 색다른 감동을 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연화도의 느낌을 정리하자면 "연화도는 내 삶속, 내 내면의 연화(軟化)를 가져다 준 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