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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_국내/→ Cafe & Coffee

마산 카페, 고유커피(ㄱㅇㅋㅍ)

by daekirida 2022. 4. 15.

방문 : 2022. 3. 27


경남 마산 내서읍의 작은 시골마을 신감에 자리한 한 한옥 카페가 있다.
고유(固有), 한자 그대로의 뜻을 풀이하자면 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특유의 것, 변하지 않고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고유라는 말을 쓸려면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야 하는데, 온전한 옛 것은 아니지만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담은 것 같다.
고유커피 상호 한글의 첫 자음들을 따서 디자인한 이니셜이 독특하고 예쁘다.
첫번째 고유로 인정하게 되었다.


전체적인 면적은 크지 않으나 본동과 별동, 소담한 마당으로 구분되어 있다.
본동은 한옥의 틀에 현대적인 디자인과 멋을 버무려서 조화롭게 잘 구현해 내었고, 별동은 과거의, 그야말로 고유의 이미지를 줄려고 소품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보인다.

본동과 그의 내,외부이다.
사방으로 시원시원하게 통창을 내어 외부의 경치를 내부에서도 만끽할 수 있게 만든 것이 훌륭한 컨셉이다.
액자를 통하여 벽에 걸린 대형 그림을 보는 듯 하다

내부뿐만이 아니라 건물과 붙은 처마밑에도 자연을 접하며 갇히지 않고 자유,여유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한 것도 의미있는 배치다. 

나는 카페 방문기를 쓸때에 그곳의 메뉴, 가격, 오픈시간, 주차 기타 찾아가는 방법 등은 잘 올리지 않는 편이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방문에 있어서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카페의 커피맛은 그곳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컨셉, 풍경, 이미지, 분위기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음식은 그 집의 맛때문에 가게 되지만, 커피는 그 집의 분위기때문에 가기 때문이다.


별동이다. 밖에서 봤을땐 그저 그런 한옥에 불과하다.
모든 것에는 의미 부여가 중요하다. 전통에다 커피를 적절하게 입혀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그것을
대중이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별동에는 내부에 방이 3개가 있고 거실이 있는데, 아마도 옛날에는 한 가정집의 방과 마루였던 것 같다.

들어서자 정면에 '견현사제'라는 현판이 보인다.
논어에 공자께서 '현명한 사람을 보면 그와 나란이 하기를 생각하라, 뒤쳐지는 자를 보면 교훈을 찾아서 스스로 반성하라'고 말씀하셨다.
다른사람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배우도록 해야한다는 진리를 이 카페에서도 생각하게 한다.

앞에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마네킹은 한다발의 꽃을 들고 우리를 환영해주는 듯 하다.


사실 전통적인 것을 강조하는 방에 쇼파를 가져다 놓은 것 자체가 언발란스다.
이것도 하나의 컨셉인 것이다. 하지만 현대적이다, 전통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방에도 현판이 걸려있는데, '요약?'이다. 아니 '작약'이라고 읽어야 뜻이 맞을 듯 하다.
요는 진흙이란 뜻인데, 진흙속에서 약속하다는 아닐 것 같고, 얌전할 작으로 읽게되면 '얌전하게 약속한다'?
즉, 떠벌리지 않고 '조용하게 약속을 실행하라'는 의미로 해석하게 된다.
이 방에서 삼국지의 도원결의와 같은 중요한 약속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황토색 벽과 스탠드 불빛, 그리고 나무탁자에 현대적인 쇼파, 벽에 걸린 마른 꽃다발..
다소 어정쩡하고 그럴듯한 컨셉, 역시 언발란스이지만 왠지 괜찮은 분위기라고 느끼는 것은 뭐지?
역시 난 이 카페에 들어올때부터 이미 마취되어 있었던거야..


망우, 근심을 잊고 마음을 편안히 할 것을 주문하는 것 같다.
이곳에는 주인장이 손님들에게 하고자 하는 말들을 현판 형식으로 곳곳에 배치하여 얘기를 하고자 하는 듯 하다.
수제 커피 로스팅기와 커피 보관 나무통도 벽면의 한켠을 장식하며 고풍스런 맛을 더해준다.


바깥의 경치도 좋지만 내부에서 외부로 바라보는 경치가 더 예쁜 것 같다.
아마도 정해진 프레임안에 복잡하지 않고 일정부분 정리된 풍경을 담는 것과 같은 정제미 때문인지도 모른다.


본동과 별동의 고즈넉함과는 별도로 앞마당도 아기자기, 요모조모 깔끔, 정갈하다.
한켠에는 장독대를 마련하여 두고 그 앞을 나즈막한 돌담과 돌담위를 둥근 기와로 덮어 고유라는 의미를 작은 공간에 담아 의자까지 세팅시켜 여기가 절대적 포토존임을 나타내어 준다.
고유라는 한자와 뜻 풀이도 친절하게 곁들여져 있다. 이 집 주인장은 곳곳에 고객들에게 이 카페의 컨셉과 의미를 전달하고자 애쓰는 듯 하다.

고유의 의미를 여러 풍경과 소품들에서 이렇게 정성들여 찾아,느끼고자 애쓰는 나와 같은 방문객은 아마도 드물 듯하다. ㅎㅎ


전체적으로 고전과 현대의 미를 적절하게 조화시키고, 고유라는 이름에 가깝게 다가서고자 노력한 흔적, 한옥의 고즈넉함과 아름다움 그리고 주위의 자연뷰와 하모니를 잘 이루어 낸 듯하다.
오늘도 멋진 한옥과 고유에 내재되어 있는 의미, 그 속에 녹여낸 차 한잔으로 멋진 오후를 온전히 내 것으로 가질 수 있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