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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_국내/→ Here & There

삼천포항, 수산시장 나들이

by daekirida 2015. 5. 7.

오랫만에 삼천포에 나왔다.
예나 지금이나 포구는 크게 변하지 않은 그대로의 정겨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언뜻 보기에는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하다.

삼천포 수산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는 사뭇 달라진다.
현대식으로 건물을 새롭게 단장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규모도 꽤 커졌고 시장 분위기도 다소 안정화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요즘 경기가 좋지 못해 상인들의 표정이 그렇지 밝지는 못하다.
뒷편의 활어시장은 조금 활기를 띄고 있는 반면 선어, 건어를 파는 쪽의 분위기는 다소 침체된 분위기다.

내가 20년 넘게 거래하고 있는 "삼순엄마상회"이다.
이 집의 처자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데, 아직도 시집을 가지 않았다.(물론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일 수도 있겠지만 좋게 해석..)
이름이 삼순이고, 어머니와 함께 20년 넘게 활어회 장사를 하고 있다.
어머니 연세를 물어보니 이제 80이란다. 수십년간 이 시장을 지켜 온 산 증인이다.
삼순씨를 낳고 난뒤, 이 가게 이름도 '삼순엄마상회'라 지었던 배경이다.

5만원어치 회를 떴다.
항상 그렇지만 삼순씨는 인심이 좋다. 물론 내가 잘생기고, 단골인 이유도 있지만..
내가 갈때마다 푸짐한 활어회에 다른 써비스도 넣어준다. 이번에는 멍게를 듬뿍 넣어주었다.

회를 뜨는 시간, 20분 막간을 이용하여 시장을 한바퀴 둘러보고 입을 오물오물 벌리는 산꼬막도 만원어치 샀다.
정말 푸짐하다. 한동안 반찬 걱정은 없겠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긴 하지만..

입구에서 나름 안내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토순이 인형, 고생이 심한 모양이다.
안내 도중 약간의 텀이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참지 못하고 건드리기도 하고, 툭툭치기도 하며 심지어는 머리를 쥐어 박거나 주먹으로 때리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건드리니 웃고는 있지만 상처 투성이다.
그리하여 이곳저곳에 "때리지 마세요"란 글귀를 붙여 놓은 듯 하다. 그래도 시장상인협의회의 아이디어 굿이다.
그냥 물건을 사가는 것보다는 이런 소소한 재미가 있어 더 좋았다.

오랫만의 삼천포 나들이..
맛있는 활어회, 꼬막 그리고 이곳 사람들의 훈훈한 인심을 함께 가지고 올 수 있어 기쁘다.
이곳 수산시장이 장사가 잘 되었으면 좋겠고, 특히 삼순씨도 돈 많이 벌고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